참 나를 찾는 방 (Wha Bang) #1
마당 한 모퉁이 그저 지나치던 곳이었습니다. 안채에서 좀 떨어져 제 구실을 못한 빈터였지요. 원형 지반의 안팎을 정하고 안 쪽에서 파낸 흙더미가 산처럼 높았습니다. 흙 먼지 모래가루 집어쓰고 피와 땀을 쏟아 수고한 노동이 반년은 넘었습니다. 자갈들 바윗돌 모두 가려 마침내 반구형 집모양 정도 빚을 흙을 모았습니다.
빛줄기 들이는 둥근 창은 하늘 향해 내었고, 세상일 손 놓고 언제나 들어오고, 세상에 할 일 많아 주저없이 나가게 활짝 열리는 문을 달았지요. 흙을 개고 또 개어 텅 빈터를 만들었습니다. 오목한 빈곳이 있어야 그릇의 구실 다 하듯, 창문내고 문을 달아 허공으로 트인 빈방 그 구실 다하도록 화방(和房)이라 이름 지었습니다.
화(和)는 나의 본래 모습, 그대로 드려다 볼 수 있는 맑은 거울이요. 내가 태어날 때 모태안에서 잘 배양되었 듯 화방은 내 안에 겹겹이 쌓인 것- 미움, 아품, 그름, 욕심, 근심, 그리움, 그리고 아쉬움 등을 거듭 비우는 곳, 본래 참 내모습을 찾아 새 생명체를 낳게 할 터전입니다. 나를 비움으로서 나의 존재 값어치를 깨달아 제 구실을 온전히 다하고 우주 삼라만상 조화와 화합하려는 까닭입니다.